06시 30분. 더 잠들고 싶은 이기심은 내려놓고, 고개를 들 시간이다. 평소 아침과 다르게 창 밖이 어둡다못해 희다.
‘아 눈이… 폭설이다.‘
서울에서 이만큼 눈이 내렸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무릎 아래까지 쌓인 눈을 서울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본다.
어렸을 시절엔 방학, 명절, 제사 덕분에 강원도를 참 많이 갔다. 아빠의 고향인 영월엔 놀거리가 즐비했고, 눈은 그 놀거리 중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눈썰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등 눈은 항상 재미를 가져줬다. 시골엔 할아버지 할머니의 논밭이 있었는데, 물론 지금은 모든 땅이 큰집 땅이 된… 아무튼 경사진 논밭에선 눈썰매 길을 만들고 포대에 짚을 넣어서 수 없이 썰매를 타곤 했다. 그러다 보면 엉덩이가 찢어지는 고통도 있었지만 그 때의 나는 그건 별거도 아닌 것들이었다.
지금의 눈은 어린 시절 눈과는 사뭇 많이 결이 다르다. 눈이 좋아지는 시간은 집안에서일뿐 더이상 눈싸움도 눈사람도 눈썰매도 타지 않는 일명 이쁜 쓰레기로 전락했다. 한편으로 다행인건 어릴적 추억 때문인지 눈을 보면 강원도가 많이 생각난다. 시골은 제설이 잘되어있지 않아서, 차가 거북이가 되거나, 차가 돌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그런 이야기들은 명절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아 신발 다 젖었네..;‘
폭설은 신발을 망가트린다. 출근 아침길 신발이 젖으면 하루가 꽤나 찝찝하다. 질척이는 양말 속 발가락들이 부푸는 느낌이 들면, 당장 집에가서 씻고 싶다. 하지만 고작 이것때문에 내 아까운 연차를 쓰진 못한다. 퇴근 시간만을 기다릴뿐..
오늘은 작년에 만들었던 브랜드가 오픈하는 날이다. b2b입찰을 따야지 오픈 할 수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1년이 지난 오늘 드디어 오픈이 됐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픈 전 테스트 때 생각보다 결과물이 잘나왔었지만, 보통 오픈 당일은 운영 오퍼레이션 문제로 어수선할게 예상돼서인지 큰 마음 없이 도착했다.
’와‘
기대했던것 보다 참 잘나왔다. 이 적은 투자비로 이정도 결과물을 내다니, 대단하다. 운영상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 다행스럽다.
뿌듯함이 없다. 마음의 변화 때문이겠지? 그렇게 기분이 좋지도 않다. 내 브랜드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열심히 해도 가십거리에 파뭍히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아니면 아직도 내가 내면이 덜 단단한 걸까? 설레지도 뿌듯하지도 않다. 그저 남일 같다.
와이프가 퇴사한지 이제 2주가 되었는데, 솔직하게 걱정은 된다. 임신, 이직, 새로운 시도 이 세가지 모두를 한번에 잡을 순 없다. 다 어려운 일이다. 마음 먹은 것처럼, 원하는 계획대로 되는 건 욕심이다. 아직 우리부부는 갈 방향을 모른체 걷는 것 같다. 뭐 이것도 인생에 좋은 경험이겠지.
유투브를 새롭게 시작했다. 반응은? 지금까지 만들었던 채널 중 가장 괜찮다. 물론 대박은 아닐지라도 소박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단 기대가 생긴다.
이제 40까지 고작 4년정도 남았다. 난 그때까지 무얼 하길 원하는 가? 질문을 던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