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 요즘들어 부쩍 재미를 느끼고 있는 베이킹을 시작해본다.
우리 와이프는 아직 잠에서 벗어나지 않아, 고요하게 나만의 베이킹 시간을 만들어간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감히 10년전에 태어났다면 이렇게 쉽게 베이킹을 도전해볼 수 있었을까?
유투브라는 공간은 전문의 영역을 쉽게 경험하고, 혹은 준전문가로 만들어주는 대단한 곳이다.
휘낭시에, 내가 휘낭시에를 처음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한 2년정도 됐을 텐데 와이프랑 카페에가서 먹었던 신문물 디저트였다.
유투브를 켜고 검색란에 ‘휘낭시에 만들기’라고 검색하면 카페에서 파는 맛을 집에서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레시피가 나온다.
박력분 50g, 아몬드가루 50g, 설탕 90g, 등등 똑같이 따라하면 된다. 다만, 유투브가 해결해주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반죽의 질감을 영상에서 모두 알기는 어렵고, 향도 어렵다.
그런까닥에 한번에 성공하는 일은 드물지만, 그래도 한두번에 실패 뒤에는 성공이 뒤따른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고작 두어번의 실패로 누군가 엄청난 노력으로 얻어낸 ‘맛’을 간편하게 따라할 수 있는 세상이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휘낭시에를 12개정도 만들어서 10개정도? 후딱 먹어치우고, 백화점으로 향한다.
얼마전 아니 얼마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시간이 지났지만, 오랜 친구가 딸을 낳았다.
서로가 어렸던 그 시절부터 친구였던 친구가 딸을 낳았다. 그래서 애기 옷을 좀 사려고 평소에 잘가지도 않는 백화점을 간다.
내 어린 시절 친구들 대부분이 이제 아빠가 되었다니, 정말 시간은 빠른것 같다.
지금도 나는 아직 그 시절 저녁을 느끼고, 오후를 느끼고, 아침을 느끼고 있는데 이제는 부모가 되어야하는 나이라니,,,
기분이 이상하기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젊음을 즐겨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제는 부모가 되어야 마땅할 나이라니…
친구 가게에서, 친구 애기와 와이프와 우리 부부가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육아 이야기, 사는 이야기, 이야기를 하면서
어떠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이를 낳아야하는 나이에 아직 아이가 없다는 걱정이 생긴다.
지금은 걱정이지만 나중에는 두려움과 후회는 되지 않을까? 그럼 빨리 가지기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하는걸까?
도통 잘 모르겠다. 그래도 친구가 좋은건 이런 점들인 것 같다. 내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친구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 나이에 해야할 무엇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일반적인지 않으면서, 그렇게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내 스스로 평가한다.
그래서 친구로 만들어주는 친구들이 한편으로는 감사하면서 고맙다.
두어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에 잠긴다. 와이프도 비슷하지 않을까?
둘다 치열하게 살다, 최근 와이프도 쉼을 가지고 있고, 나는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순간 똑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건 보통일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