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 수리산 군복무가 힘들었던 건 사람도 일도 물론 힘들었지만 추위도 참 고달팠다. 산 정상에서 일하며 겨울 새벽 4-5시에 출근해 해가 뜨는 모습을 보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멋진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살이 찢기는 고통의 기억이상 이하도 아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그 시간에 홀로 일어나 추위를 뚫고 근무장에 들어가 일을 하고, 일과를 끝내는 생활. 모던타임즈처럼 같은 일만 해가며 전역만을 기다리는 한병사였다. 그래도 시간을 조각내서 의미를 찾는다며, 집에 전화를해 책을 보내달라곤 했고, 휴가를 나가면 다음 휴가때까지 읽을 책을 여러권 사서 복귀를 하곤 했다. 지금 이라면 눈길도 주지 않을 것 같은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같은 책들이다.
군 부대에서 읽었던 책 중 지금도 기억이 남는 책은 코스모스와 침묵의 봄이다. 우주의 경이로움과 우주 순리 속에서 찾는 사회학적 의미를 담는 책인 코스모스, 몇년 전 유행처럼 많은 기업에서 앞장서 하겠다던 esg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침묵의 봄이 군인이었던 내게 가장 충격을 크게 전달해준 준 글이었다. 기능적 과학적 환경적인 인과관계를 사회하적 의미로 풀이하는 글들은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이불을 덮고 책을 읽곤하면 그나마 군생활에 의미가 생겼고, 그 강추위를 견디는 몇 안되는 취미였던 독서. 기억이 난다.
오늘 아침 출근길을 나서며 맡은 강추위의 공기 냄새는 문뜩 그 시절 맑은 추위 속 공기가 느껴졌다. 시간이 아깝다며 독서를 열심히 했던 나의 20대. 그립진 않지만,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그 시절 내가 뿌듯하다.
뿌듯함을 뒤로하고, 11시 16분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도 역시 1호선은 혼란하다. 예수님을 믿으라는 어느 아저씨의 외침이 듣기 싫어도 귀를 뚫고 들어온다. 참 대단한 노력이다. 예수님이 얼마나 본인을 도왔길래 저리 열심히일까. 영원히 이해를 못할 일이다. 예수님을 외치는 저 아저씨처럼 참으로 모르겠다. 누구냐 하면 새로들어온 팀원이다. 일을 하고 싶은건지 아닌지 참 모르겠다.
알고 싶어하는건 있는건지, 그냥 딱 시키는 그 선에서만 일을 하고 싶은거라면 사실 이 팀이랑은 맞지가 않다.
아 그리고 다시는 집이 먼 사람을 뽑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기회를 기회라고 생각 못하는 거라면 더이상 내가 해줄수 있는건 없다.
춥다. 그래도 맑은 차가운 공기는 나쁘지만은 않다. 빨리 돌아가 수인이랑 새복이를 보러가자.